동아생명사옥 1989

최초의 설명

세종로와 청계천의 교차지점 부근에 있는 동아생명 사옥은, 팽창하는 근대 서울의 도시환경 속에서 다양해지는 마천루 건축 디자인의 측면을 보여준다. 19층 규모의 본 사옥은 규율적인 모더니즘적 디자인에서부터 벗어나, 상층부로 갈수록 재료의 사용 및 색조의 다양화, 그리고 외관 디자인에 있어서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이 두드러진다. 본 건물에서 가장 특징적인 상층부의 유리 아치는 철골 볼트구조로 만들어진 옥상정원으로 확장되며, 이는 아르누보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서양건축의 양식사적 흐름과는 다소 다른 맥락에서 변화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직조한다.


작품 소개

글/ 강신흥·설계7실 과장
사진/ 박영채, 이용재·객원사진기자

1. 과업의 시작

동아그룹은 현재 건설, 금융, 엔지니어링, 통관, 용역등 15개 계열사를 운영하는 대기업으로서 ’88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에 힘입어 새롭게 도약, 성장하는 기업 이미지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룹이다. 동아생명사옥은 동아그룹의 계열사중 동아생명보험(주)와 본사 사옥으로서 동아생명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진행되었다. 설계는 ’88년 12월 동아생명에 설계지명원을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그 이전 동아생명은 외국 5개(SOM, 베켓 찰스코버, 니켄 세케이, 니혼 세케이)와 국내 2개사(정림, 원도시)를 지명하여 진행하던중 외국 설계사무소와 합작한 2개사(니껜+정림, 니혼+간삼)로부터 계획안을 받아보고, 특별히 건물의 외관에 만족하지 못한 사업주는 국내에서 오피스 빌딩의 설계의 능력이 인정되며 재개발 사업의 경험이 있는 몇 개 사무소의 설계 지명원을 받아본 후 결국 정림에 설계를 의뢰하게 된 것이다.
초기 계획설계는 현재 하울건축의 소장으로 있는 이 성관씨가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림 1. 최종 후보작 4점의 투시도.
수백개의 대안중 C안이 선정되어 설계가 진행되었다.
그림2. 기준층평면도
동아생명의 실시 설계도면은 인텔리젼트 빌딩의 FM도면으로 인정을 받아 ‘동아전과’로 불린다. (ARRISS CAD 2D레서 작성 LASER PRINT 출력)
그림 3. 표준외벽상세스터디
설계까지 계획. 이러한 스터디 드로잉이 A3 용지로 무려 300장이나 된다.

2. 계획안의 제시

동아생명사옥의 사업부지(대지면적: 905.7평)는 중구 다동 33번지 일대의 다동 제2지구 재개발 사업지구로, 북측 전면은 50m 청계로와 접해 있으며 동측에는 15m계획도로, 서측에는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간 설계5실에서 계획한 우성 다동 빌딩이, 남측 후면에는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다동 공원이 조성될 예정 건물의 용도나 규모는 이미 재개발 사업의 시행인가를 득하여 정하여진 상태였고, 건축 계획심의도 그룹사 내의 고려건축에 의하여 통과된 상태였다.
설계과정중 초기에 행해지는 건물의 규모검토는 특히 오피스건축에 있어서는 매우 민감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이는 곧 최종 결과물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검토 결과 기존의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규모(지상11층, 지하6층) 이상의 규모가 나왔다. (지상22층, 지하6층). 그러나 과거 1차 사업시행변경으로 규모를 상향 조정한 바 있고 사업시행인가까지 듯한 상태에서 2차 사업계획 변경을 한다는 것은 인허가 절차상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 예상되어 결국 기존 시행인가 규모를 따르기로 결정되었다. 초기계획안에서 설계 진행의 열쇠(key)로서 고려되었던 사항중에 하나가 전면 청계로와 후면 다동공원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1층 로비부분의 개방이었다. 이는 하늘공원이 있는 을지로의 서울투자금융 사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듯이 대규모 오피스 빌딩의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적극 고려된 것이었다.

기업의 이미지 부각과 독특하고 현대적인 외관을 원하는 사업주의 요구에 맞추어 2개의 대안이 제시되었다. 그 하나는 1mX1m의 그리드 패턴에 맞추어 ┼형 격자창과 함께 중앙부의 격자형 커튼월(Curtain Wall)로 건물의 중심성을 강조한 A안(그림1)과 다른 하는 1층 로비 부분을 개방하고 건물의 수평성을 강조한 B안이었다.
이 2개의 대안이 동아생명측에 전달되었다. 그러나 정작 설계 브리핑의 대상은 동아생명이 아닌 동아그룹의 회장이었고, 이 사업은 젊고 의욕에 찬 그룹 회장의 지대한 관심 속에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건축주인 회장은 많은 외국 여행을 통해 건축에 대한 안목을 나름대로 키워 왔으며 외국의 어느 어느 건물을 직접 지칭하며 그와 같은 형태의 건물 이미지를 요구하였다. 회장이 지칭한 건물들은 미국의 초고층 건물들로 건물의 머리부분이 독특하게 디자인된 오피스 빌딩들이었다. 결국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헤드(head) 부분 디자인에 촛점을 맞춘 독특한 외관 찾기 작업은 다시 시작되었고 80여장의 입면 스케치 끝에 다시 2개의 대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현재의 안인 C안이고 다른 하는 고층부를 커트월(Curtain Wall)로 처리한 (일명 마징가 Z라고 불리우는) D안이다. 이 입면 찾기에 대해 이 성관씨는 어느 책장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 (중략), 건축주의 「4개의 대안」 요구로부터 「Image Guess」를 위해 한동안 부담속에서 질척거렸던 흔적들이다. 이런 단계에서의 일필휘지(一筆揮之),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초서체 같은 초기 이미지 스케치의 화려함보다 스스로의 찌들음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건축사 9205)

그림 4. 우성다동빌딩 투시도
설계 5실에서 설계하였다.

3.설계의 진행

2개의 대안중 C안이 채택되어지고 기본설계가 진행되어졌다. 이 시점에서 이 성관씨는 정림을 떠나 한울 건축이라는 새로운 사무소를 개업하게 되고 그가 남긴 계획 스케치북은 기본설계의 교과서가 되어 실시설계까지 이어졌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철저한 자료정리의 모습은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동아생명사옥의 헤드(head) 부분은 설계 초기 1층 로비부분에서 시도하려 했던 퍼블릭 스페이스의 제공이라는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독특한 볼트(vault)구조로 만들어진 옥상 정원은 그 내부로부터의 기능과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한신증권 본사에서 부득이 외피적인 처리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점에 비추어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설계시 미처 확인해 볼 수 없었던 헬기장에서의 조망은 저멀리 청와대까지 보이는 기대 이상의 훌륭한 조망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계획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조차 남기기도 한다. 저층부, 중층부, 고층부로 이어지는 3단 디자인은 이 당시 정림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피스 빌딩들의 유행이 되기도 했으며 특히 고층부 헤드 디자인(head design)에 대한 고려는 임원진들로부터 강조되어야 할 사항으로 인식되어졌다.
본사 사옥의 독특한 외관은 동아생명의 트레이드마크(Trade Mark)가 되어 대전과 부산등지의 지점 건물들도 본사와 똑같은 외관으로 지어지고 있다. 층수나 규모에 상관

없이 외향만 본따 지은 지방사의 건물들은 그 비례나 기능에 부합되지 못한 채 기형화된 건물로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본사의 설계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일 뿐이다.
기능면에서 동아생명사옥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요구되어졌다. 정보통신은 물론 집단전화설비, 사무 자동화의 건물 관리 자동화 시스템까지, 그러나, 아직 국내 실정에서는 많은 부분들이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정보통신분야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실현을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건축 부분에서는 사무 공간의 전층 이중바닥 (access floor)과 장래에 대비한 설비 통구(shaft)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기본설계에 대한 건축주측의 몇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다. 그중 시공때까지 문제시 되었던 것이 기존층 쪽창(창하부에 둘로 나뉘어진 작은 창, 실재 창은 아님, 그림3)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룹회장은 삼성 본관에서의 쪽창 이미지를 생각하고 그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쪽창이 없는 투시도 입면까지 자체적으로 그려가며 정림에서 수정을 안하면 자체적으로 쪽창을 없애버리고 시공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그 문제는 설계가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 요구되어졌다. 그러나 거듭된 설명과 건축 계획 재심의 사유를 들어가며 회유한 끝에 결국 현재의 안대로 시공되었다. 지금 그 쪽창에 대한 불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그림 7. 별은 안보이지만 초생달의 윤곽이 선명하다.
그림 8. 1층 로비 내부
그림 9. 헤드부분의 볼트구조 내부

4.시공

실시설계가 한창 진행될 당시 흙막이 공사는 이미 착공되어 지하 6층까지 파들어간 상태였다. 공사는 동아그룹의 계열사인 공영토건이 맡아 시공하고 감리는 그룹내의 고려 건축이 맡게 되었다.
설계자와 감리자가 다른 관계로 설계대로의 시공이 우려되었으나 다행히 현장에서는 설계도서를 바이블(동아전과?)로 생각하고 도면에 맞추어 충실히 시공해 주었고 사소한 도면의 오기조차 설계자에게 확인하여 시공하는 성실성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감리 업무로 넘겨지는 건물 내부의 색채 계획(그림12)은 동아생명사옥의 경우 부득이 감리를 하지 않는 이유로 설계 도서로 꾸며져 납품하였으나 이는 감리와는 별도로 설계자가 필히 계획시에 고려하여 가시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설계자는 각실의 바닥, 걸레받이, 벽, 천장의 색상은 물론, 화장실 칸막이, 도어 후레임, 팬 박스, 커튼박스, 몰딩등등 내부 전개에 표현되는

각종 부위에 대한 총체적인 색채 계획을 수립,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어 현장에서의 그 많은 시간과 오류를 방지해 주어야 할 것이다. 동아생명사옥의 외장에는 외산 화강석인 텍사스 펄(Texas Pearl)이 사용되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용되는 외산석으로 입자가 굵고 버너구이와 물갈기의 대비가 커서 다소 우려되었으나 저층부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잘 어울렸으며, 고층부 얼룩무늬(초기 고층부에 돌이 입혀졌을 때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었다)의 완공된 모습은 격자들의 직교되는 부분을 엮어주는 제 본연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어 독특한 외관의 미를 더해주고 있다.
설계도서에 표기되어 있으나 현장에서의 샘플 시공으로 재확인 되었어야 할 부분도 그대로 시공되어 버린 것은 설계의 연장으로서 감리의 중요성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커튼월부분의 은색 반사유리(그림10의 반사율도 그 예이다.

그림 11. 모형
그림 10. 커튼월 가운데의 은색반사유리
그림 12. 색채계획

5. 다시 처음으로

이제 우리의 작업은 끝이 났지만 동아생명사옥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주변에서 인식해주는 이들로 인해 다시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시공 때부터 동아생명사옥의 신축을 알리기 위하여 커튼월 중앙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동아그룹 마크(그림14)는 준공이 된 후에도 아직까지 그곳에 붙어있다. 저 건물이 동아생명 사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대청마루 창간호》, 1993, 25~33쪽


기본 설계 설명서

공사개요
주요자재 사용계획
시공방법

도면

사진

전경 1

전경 2

설계 크레딧 및 건축 개요

설계개요
1) 대지관계
위치: 서울시 중구 다동구역 재개발 제2구
지역: 상업지역
지구: 재개발, 2종미고나, 집단방화, 주차장 정비지구
대지면적: 905평
2)건물규모
건축면적: 338.5평
연면적: 11,197.30평
층수: 지하6층, 지상19층, 옥탑2층
기준층면적: 326.6평
건물높이: 102m
건폐율: 36%
용적율: 693%
3) 구조 및 설비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설비: 엘레베이터 8대, 에스컬레이터 1대, 주차대수 267대


4) 평면계획
1인당 바닥 면적: 5~6m²
사무실 깊이: 27m
공조 구획: 층별 800m²
최소 제어 모듈: 3.0X3.0X1.0
코어배치: 분리형
코어 면적비: 25%
5) 구조 및 단면 계획
기준층 층고: 4.0m
기준층 천정고: 2.6m
바닥 배선 수납: Free Access Floor
허용 적재 하중: 300kg/m²
6) IB계획
통신 및 사무자동화 시스템
– 디지털 PBX
-LAN
-시청각회의 가능
건물자동화관리 시스템
-분산형 공조
-엘레베이터 지능 제어
-피난유도
-중앙감시
-자동조명 제어

작업개요
1) 설계(89.1~91.2)
총괄: 홍성린 이사
디자인: 이성관 소장(현, 한울건축 대표)
담당실: 설계1실(실장 정혁진 부장)
설계담당: 강신흥 과장
협력설계
-구조: 마춘경
-기계: 성아기술사
-전기: 문유현전기
-방재: 한국방재
-토목: 삼림컨설탄트
-조경: 한림조경
2) 시공(91.1~93.5)
공사: 공영토건주식회사(현장소장 장영배)
감리: 고려건축
감독: 동아생명사옥 건설사업본부(본부장 정지원)

자료 및 정보 출처

∟ 웹아카이브에 공개한 자료 및 정보의 원본(혹은 사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출처를 밝힌다.
∟ 항목의 괄호 속 숫자는 정림건축 내부에서 관리하는 프로젝트 번호(프로젝트의 실행 시기나 자료의 생산 시점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
∟ 자료의 명칭은 검색 및 조회가 가능한 것으로 밝힘(해당 자료 원본의 명칭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
∟ 강신흥, ‘동아생명사옥'(작품소개, 설계7실)『대청마루 창간호』, 1993년 6월, 25~33쪽.
∟ 《동아생명사옥 기본설계 설명서》.
http://junglim.com/works/design/346/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