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연구소 1990

최초의 설명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덕 연구단지에 위치한 삼양사 그룹 연구소는 순백의 이미지가 특징적인 프로젝트이다. 20세기 네오 모더니즘을 연상시키는 본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제한조건이 결정적인 디자인 모티브로 작용한 사례이다. 공사비가 평당 25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은 노출콘크리트 건물 표면에 순백색의 마감이라는 실용적 대안을 고안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면의 철골 격자틀의 설치는 선일 연구소, 행정동, 그리고 삼양연구소의 세 동을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지만, 또한 흐트러진 단위건물들이 유발하는 산만한 분위기를 해결하고, 나아가 본 작품의 디자인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작품소개

최성호·설계1실 차장

1. 전제들

삼양그룹종합연구소는 삼양그룹내 있던 삼양사 연구소와 선일포도당 연구소를 종합, 연구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 건립하게 되었다. 기존 삼양연구소는 주로 섬유 및 유기화학 계통을 연구하고 있고 선일 포도당 연구소는 식품 및 생물학 계통의 연구를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종합연구소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삼양사와 선일포도당이 각각 출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어느정도 삼양연구소와 선일연구소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요구조건이었다. 또한, 초기투자비의 제약으로 인하여 3차의 증축을 고려한 Master Plan을 해 줄 것과, 1차 분의 면적은 5,700평 (허가 면적기주)을 초과하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평당 공사비를 250만원에 맞추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공사비에 대한 제약 때문에 설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외장재료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었다. 여러 외장재료 중에 적벽돌 치장 쌓기가 외장공사비로서는 최저로 판단되었으나, 연구소의 성격을 표현하기에는 적합치 않다고 판단되어 노출콘크리트 위 불소수지도장으로 결정되었다. 노출콘크리트는 시공사의 문제점이 있어 우리가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삼양사 측에서 시공성의 문제는 시공회사의 능력을 믿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하여 노출콘크리트로 결정되었다. 외부마감인 불소수지도장은 내구성의 문제를 건축주가 제기하였으나 제조사의 내구성 보증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노출콘크리트의 평활도 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실시설계과정에서 유로폼 등의 신공법도입도 검토하였다. 그러나 공사비 증가, 공사규모에 따른 거푸집 재활용도 저하, 치장줄눈 처리문제, 공정관리문제 등으로 인하여 신공법도입이 취소되었다.

배치도 모형

2. 계획 설계

계획설계는 미국의 PERKINS & WILL과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5명의 작업팀이 1개월동아 정림건축에 와서 같이 작업하였다. 작업팀은 Principal Designer 1명, Senior Designer 1명, Designer 1명,Project Manager 1명으로 구성되었다. Principal Designer 10일간 있었고 Project Manager는 디자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림에서는 당시 2실 실장이었던 최태용 이사, 최성호(본인), 방명세씨가 참여 협동설계를 진행하였다. 디자인의 개념의 출발점은 행정동을 정점으로 선일, 삼양연구소를 분리 배치하고 대지 안쪽에 연구시설과 기숙사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위의 개념을 원칙을 전제로 5개안을 건축주에 제출, 현재의 배치 계획을 승인 받아 발전시켰다.
LAB의 연구는 몇가지 대안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실제 LAB의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과제 변경에 따른 Flexibility이다. 이러한 Flexibility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실비적 뒷바침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설비적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초기투자가 선행되어야하는 만큼 삼양연구소에서는 공사비가 가장 저렴하고, 바닥면적을 최소로 차지하는 LAB의 가장 기본형태인 Single corridor type을 택하였다.

3. 건축 어휘들

백색
백색은 순수성으로 그 이미지를 확연히 구분지어 버리는 강렬함, 어쩌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배타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보든 것을 포용하는 녹색의 자연색과는 가장 장 어울리는 색으로 받아들여 진다. 초기 설계에 참여했던 P&W과 정림건축의 Team원들이 현장에 갔을 때 -그때는 이미 외벽재료는 결정되어 있었다.- 모두가 백색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었다. 특히 삼양연구소의 위치가 다른 연구소와 달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형상이어서 녹색의 푸르름이 짙어 보여, 더더욱 백색은 돋보일 수 있다고 믿었다.

삼양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에서 본 연구소 전경
주출입구 캐노피 전경

철골 프레임(WONDER WALL)
삼양연구소, 선일연구소, 행정동 그리고 1, 2, 3차에 걸친 증축, 어떻게 보면 난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혼돈을 어떻게 묶어 CHAOS 상태를 COSMOS 상태로, 그리고 값싸보이는 콘크리트건물을 비싼 건물로 치장하는가 하는 등의 문제였다.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라는 경제원칙을 충실하면서도 약간의 과대포장을 하려했던 의지가 가벽의 개념으로 표출되었다.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은 그러면서도 앞으로 무엇인가가 채워져야 할 것 같은 완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가벽이 되었다.

원통(ROTUNDA)
앞서 말했던 많은 기능들로 인한 난삽함에 대한 구심적 즉 모든 힘의 출발점이 필요했다. 철골프레임 (WONDER WALL)의 중심점으로, 모든 기능의 지배적 위치로서의 표현 단지의 상징으로서 남과 다른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무엇에 대한 욕구는, 철골, 유리가 대비되는 콘크리트의 원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초기의 안은 개구부가 거의 없는 강한 원통으로 표현되었으나 실제 기능이 안내 및 대기 로비로 사용됨을 감안하여 외부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부에 개구부를 만들어 주었다.

4.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기본설계과정에서는 초기의 계획과정에서 제안되었던 몇가지 사항 등에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식당과 연수시설간의 위치변경이고 두번째는 행정동과 연수시설을 연결하는 연결 복도의 높이를 2개층 높이에서 1개층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세번째는 행정동 로툰다와 삼양연구소 입면의 부분 변경이었다. 이것은 초기게획안의 불합리한 점을 우리 현실에 맞추거나 또는 계획진행상 발생하는 불합리한 부분의 수정이었다.
기본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계획설계시 결정되었던 디자인에 충실하면서도 어떻게 합리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계획안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차이, 현실적인 문제해결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수정은 불가피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 때문에 공사기간 중 자주 P&W의 Project Manager의 항의가 건축주에게 있었고 그에 따른 해명을 하느라 몇차례 곤욕을 치루었다. 이러한 해프닝은 각자의 건축을 수행하는 방식의 차이로도 이해할 수 있으나 우리로서는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기본설계 중 ROTUNDA 내부를 제외한 기타부분의 인테리어에 대한 우리 나름의 개념들을 정리하였다. 이 개념들은 추후 건축주의 별도 인테리어 설계 발주 및 시공과정에서의 부분수정으로 많이 변하였으나

연결복도 부출입구 ROTUNDA와 연수동 복도 및 강당로비 등에서는 그 공간개념의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인테리어 설계의 원칙은 행정동, 연결복도, 연수동에 이르는 주동선상의 주축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강조하고 기타의 기능과의 위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였다. 또한 건축적 입면 처리 때문에 실내공간이 과장되어 표현된 부분에 대한 강당, 로비 등 휴먼스케일화에 중점을 두어 계획하였다.
행정동 로비, 식당, 강당, 도서실 등의 인테리어 설계는 P&W에 발주하였고,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는 국내의 민인터내셔널에서 시행하였다. P&W에서 가져온 도면-행정동 로툰다 안내 데스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약간의 해체적 감각- 을 검토했을 때 우리의 감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건축의 계획설계를 같이 진행했던 P&W에서 인테리어를 했지만 외관에서 느낄 수 있는 차분함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 내, 외부의 개념적 연계를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초기의 인테리어 설계는 추후 예산상의 문제로 행정동 안내데스크, 도서실 등을 제외하고는 내용이 변경되어 초기의 디자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초기 P&W의 계획안을 보았을 때 국내여건상 시공성의 문제 및 문화적 감각에서 무리한 점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어쨌든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앞서 실제로 시공되기를 은근히 기대도 하였기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시공되지 못하였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로툰다 내부

로툰다 내부 유리가벽 스케치
안내데스크 상세

5. 교훈들

삼양종합연구소는 외국-선진국의 설계사무실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몇가지 느낀점과 우리 정림과의 차이점에 대하여 기술해 보고자 한다.
첫째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위계질서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Principal Designer-Senior Designer로 이루어지 업무체계는 업무에 관한한 우리의 군대보다 위계가 명확하다. Principal Designer가 결정한 디자인원칙을 Senior Designer는 단지 그 원칙에 충실하여 디자인을 발전시킬 뿐이다. 수정사항은 반드시 Principal Designer의 허락하에서만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일에 대한 효율을 증대시키는 첩경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이러한 전제에는 우선 Principal Designer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손으로 모든 개념을 명확하게 주어진 시간내에 만들어 내는 능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부단한 개인의 훈련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유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그 결정사항을 존중해주는 사회, 문화적 배경에도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작업환경을 조성하여 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두번째의 차이점은 초기 계획설계 당시에 완벽한 디자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계, 전기 등의 자문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계실의 규모, 시스템은 물론 외벽 그릴의 크기 등까지 최대한으로 제공됨으로서 계획안이 완벽하게 작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초기의 디자인에 의한 시행착오의 요소를 최소로 줄임으로서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수정의 여지를 없애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한다.
세번째는 시간개념이 철저하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계획안을 진행시키는 능력은 개인의 능력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관리능력에 많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는 달리 P&W에는 각 Project 마다 Project Manager가 있어 인원, 시간, 자금관리를 별도로 하고 있다. 철저한 체킹시스템으로 정해진 예산으로 Project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시스템의 노하우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지만 우리도 빨리 이러한 관리시스템을 도입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네번째는 앞으로 우리가 외국에 나가 설계를 진행할 때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 이것은 단지 설계 기술상 우위나 디자인 능력의 우위만으로 해결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 예로 삼양연구소를 진행하면서 발생되었던 풍수지리에 대한 문제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문화적 관습차이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전혀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우리와 P&W과의 문화적 배경차이에 의한 갈등을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때 타문화에 접함에 있어 우월감 또는 배타적 감성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초기계획안 투시도
삼양연구소 후경

6. 에피소드

삼양 연구소 계획안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건축주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하려면 풍수지리에 대하여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계획안이 어느정도 정리 되었을 때 건축주가 지관(地官)에게 자문을 얻으라는 귀뜸을 해주었다. 설계책상보다도 큰 SITE 모델을 들고 지관(地官)을 찾아갔다. 박대통령 시절 대덕연구단지 위치를 잡아주었다는 것과 삼양연구소의 위치도 자기가 잡아주었다는 다소 장황한 자랑을 듣고 난 후 우리의 안을 설명해 주었다. 결론은 괜찮다고 했고 이것을 최종 브리핑에서 말씀드렸더니,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잘 넘어갔다. 건축가 보다는 지관(地官)의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실제 시공과정에서도 초기에 계획되었던 철골 프레임 앞의 연못이 없어진 이유 중 하나가 지관(地官)께서 풍수상 좋지 않다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기억한다.

삼양그룹 연구소 전경

설계 크레딧 및 건축 개요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용도: Education/Research
대지면적: 82,810.00㎡
건축면적: 7,818.22㎡
연면적: 23,029.92㎡
규모 지하/지상: 지하 1층 , 지상 4층
설계연도: 1990년

자료 및 정보 출처

∟ 웹아카이브에 공개한 자료 및 정보의 원본(혹은 사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출처를 밝힌다.
∟ 항목의 괄호 속 숫자는 정림건축 내부에서 관리하는 프로젝트 번호(프로젝트의 실행 시기나 자료의 생산 시점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
∟ 자료의 명칭은 검색 및 조회가 가능한 것으로 밝힘(해당 자료 원본의 명칭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
∟ 최성호, ‘삼양그룹연구소'(작품소개, 설계1실),『대청마루 정림건축 설계정보지 제2호』, 1993년 11월, 24~30쪽.
http://www.junglim.com/works/design/344/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