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담, 청지기의 삶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게는 몇 가지 부담이 생겼다.

남은 생을 우리나라의 건축 발전을 위해서 이바지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 교회를 위해서도 무언가 의미 있는 봉사를 해야 할 텐데……. 이런저런 마음의 짐들이 늘 내 뇌리를 떠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교육 문제, 특히 어린이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교실 붕괴, 학교 폭력, 교육 파탄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집중된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한 첫 해법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까?

붕괴된 가정교육의 실종을 회복하는 일, 어린이를 바르게 키우고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받아들인 생각과 습관은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제대로 받아 바른 인성을 갖추게 되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아무리 방황하고 엇나가더라도 반드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그 이후의 청소년교육, 성인교육에 아무리 많은 에너지와 돈을 쏟아부어도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다른 어떤 교육보다 어린이 교육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내가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찾았다.

나 자신이 우주 속에서 미아와 같은 존재였는데,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게 되어 그분의 사랑을 누리게 되었을 때,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사는 동안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되었다. 만약 하나님을 알지 못했다면 나의 인생은 너무도 다르게 그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것을 추구하며 나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기초를 우리 아이들에게 마련해주고 싶다. 자기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자라나서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기보다, 인간보다 더 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돕고 싶다. 뿐만 아니라, 그 존재가 미지의 신이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분명하고도 실제적인 원리를 가지고 계시고,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존재를 아이들이 알아가며 성장한다면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갖기 시작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어릴 적부터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나와 아내가 설립한 재단이 다름 아닌 ‘한빛누리’이다.

‘한빛누리’는 남은 생애를 ‘청지기의 삶’으로 소명을 다하려는 나의 모든 다짐과 꿈을 담고 있다. 하나님은 나에게 큰 부는 아니지만 물질적으로 축복하여 주셨다. 나는 이것을 잘 사용하여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내고 싶다. 예수님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니, 위탁받고 경영하라고 가르치셨다. 청지기’로 살라는 말씀이다. 이러한 바램들을 나는 ‘한빛누리’를 통해 실천으로 옮기고자 하는 것이다.

‘한빛누리’는 ‘하나님이 변화시킨 사람이 하나님의 세상을 변화시킵니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꾸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사람을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애를 통한 변화와 변혁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내적인 변화와 변혁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루어낼 수 없다. ‘한빛누리’는 ‘영성이 있는 변혁 지도자’들을 키워내서,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사회 변혁을 펼쳐나갈 지도자 훈련 및 양성과 실제적인 사회변혁사업을 개발하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내역으로는 한빛 플레이그룹(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영유아 교육), 대북 사회 교류 협력사업(북한 출신 청소년들의 교육을 통한 국내 정착 돕기), 변혁 사역 리더(사회 변혁 일꾼 지도자) 양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제1호 어린이집으로 현재 과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아뜰-플레이그룹’은 벌써 학부모들의 좋은 반응과 평가를 얻고 있다. 재단에서는 선진국의 성공사례 수집 및 프로그램 계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플레이그룹의 교육과정을 돕고 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어린이 교육을 통해 어린이의 인성을 바로 세우고, 그 어린이로 인해 부모가 변화하고, 마을이 변화하고 도시가 변화하면서 온 나라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흘러넘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빛누리’가 우리의 교육철학에 동참하는 어린이 유치원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재단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린이 교육 하나로 어떻게 세상이 바뀌겠느냐, 너무도 원대하고 이상적인 꿈을 꾸는 것 아니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던가.

마태복음(17장 20절)에 ‘겨자씨만 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했다.

“가라사대 너희 믿음이 적은 연고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만큼만 있으면 이 산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 하여도 옮길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

성경 말씀처럼 누군가 이렇게 씨를 뿌려놓고 삼십 년, 삼십 년, 또 삼십 년, 세 세대만 정성을 다해 가꾸고 보살피면 백 년 후에는 그 씨앗이 아름드리나무로, 숲으로 성장하여 있지 않겠는가? ‘한빛누리’를 통해 교육받은 어린이들이 나보다 더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 그들의 손자, 손녀들에게 인생의 소중함과 참사랑의 의미, 생이 다한 후에 찾아올 영원한 안식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해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남은 생애와 가진 모든 것을 ‘한빛누리’를 통해 어린이 교육에 헌신하고 싶은 이유이다. 혼탁한 세상, 사랑을 잃어버린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

나는 나라와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 땅에 구현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믿는다. 어린이 교육은 그 출발점이다.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이 연구되고 인큐베이팅 되고 있다. 내게 남겨진 시간 동안 나는 이러한 사명을 차근차근 꾸준히 이루어나가려고 한다. 이 일들은 내 당대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질 일들이다. 이 사명을 위해서 꿈을 꾸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내와 나의 역할은 건강하고 튼튼한 겨자씨를 심는 일이리라. 나이 들어도 꿈을 꾸며 평생을 함께한 아내와 함께 이런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