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을 가진 건축가 집단

우리는 ‘정림의 정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또 정림에는 정림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말도 듣는다. 그것은 국가발전과 환경 개선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하겠다는, 창립 초기 정림건축의 경영원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건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나와 동생의 기독교 세계관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고 앞서나가는 바른 건축집단을 지향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정림문화의 정신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설계작업과 집짓기 시공작업을 지원해온 ‘사랑의 집짓기’ 봉사는 정림문화를 대표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해결을 목적으로 1976년 미국에서 창설된 해비타트Habitat에서 펼치는 국제적인 봉사활동이다. 대통령 재직시절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은 존경을 받는 지미카터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2001년에는 지미카터 씨가 충남 아산을 직접 방문하여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뉴스가 되기도 했었다.

정림건축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접경지대인 전남 광양에 ‘평화의 마을’을 설계하고 자원봉사로 참여한 것은 2000년이었다. 동서 간의 화해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화의 마을’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지역의 주민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일주일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감동의 집짓기 행사를 끝마쳤다.

그때부터 ‘사랑의 집짓기’ 행사는 정림건축의 가장 의미 있는 사회공헌활동 중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수해로 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던 강원도 삼척에서 진행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총 5개동 20세대에 새로운 집이 제공되었고,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집을 짓는 기쁨을 누리는 가운데 정림건축의 자원봉사자들은 설계 봉사로, 또 직접 망치를 들고 땀을 흘리는 건축자원봉사로 개막식에서 헌정식까지 전 공정을 함께 했다. 

‘장애인 주택 개조사업’은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기초환경을 건축적으로 개선하고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이 일은 2002년, 한 시민단체가 추진한 장애인 주택 개조사업에 정림건축의 직원 몇 명이 조용히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직원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참하겠다는 직원들의 수도 점점 더 많아졌다. 2004년에는 장애인 두 가구에 대한 사업비를 전액 지원하였을 뿐 아니라, 정림 E&C에서 시공을 담당하는 등 정림가족의 적극적인 후원과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봉사활동이 아닌 정림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획되고 실천된 봉사활동이라는 점에서 ‘장애인 주택 개조사업’은 더욱더 값지고 의미 깊은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한센병 환자 주택 무료 개조사업’ 역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봉사활동이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병마와의 고통을 달랠 수 있는 쾌적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는데, 이 모든 사업들을 통해 그늘지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축가란 직업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람찬 직업인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정림바자회’는 매년 연말 사내 소모임인 신우회의 주관으로 직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을 모아 바자회를 갖고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행사이다. 직원들 간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행사로 훈훈한 정림문화의 하나로 정착된 지 오래다.

사회공헌활동이 정림문화의 외적인 부분이라면 내적으로 정림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정림포럼’과 ‘정림교육’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생 정식이 앞서 말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정림문화의 또 다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정림건축 고건축답사’와 ‘정림건축 사내공모전’, ‘정림바자회’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정림건축 고건축답사’는 정림건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직원 및 직원 가족들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고건축 답사’를 매개로 하여 우리 전통문화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직원들 간의 동료애, 가족 간의 가족애를 재확인하는 2박 3일의 짧은 여행으로 매년 200여 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할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사내의 다양한 건축적 사고의 전개와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매년 진행 되고 있는 ‘정림건축 사내공모전’ 역시 직원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로 이루어지는 사내 행사 중의 하나이다. 2000년 천년의 문, 2002년 이집트 박물관에 이어 2003년에는 백남준기념관으로 테마를 정했는데, 사내공모전인 만큼 본 현상의 전 단계인 콘셉트 리서칭Concept Researching의 성격이 강하며 무엇보다도 사고의 깊이와 계획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당선작을 뽑게 된다. 작년까지 3회가 진행되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진행의 형식이 가다듬어지고 행사의 근본적 취지에 접근해가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 더욱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내가 우리 직원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림문화를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사내 동아리 활동이다. 직원들은 각종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가정의 화목과 건강, 건전한 사내문화정착 및 친목을 도모하는 데 어느 회사보다 열성적이다.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등산, 사이클링, 종교활동, 음악, 사진 등등 취미와 관심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건축을 통한 사회봉사, 건축가로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정체성 탐구, 화합과 선의의 경쟁,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한 재충전과 가정과 일터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시너지…….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바로 정림의 문화이다. 자신만의 성취, 회사의 영리만을 생각하여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키는 자본주의적 문화가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살며,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희생과 헌신도 아까워하지 않는 공동체적 문화가 바로 ‘건강한 건축집단’을 지향하는 정림문화의 정신인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위에서 아래로부터 전개되는 정림문화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자발적으로 기획되고 실천되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정림건축의 미래가 어느 때보다도 밝고 희망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바른 생각을 가진 건축가 집단, 그들에게서 생산되고 실현되는 건축물이 이 도시를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조각하게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