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30여년

내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교회에 갔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대련에서 살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뒤편에 청운대라는 나지막한 동산이 있었는데, 그 동산 위에 그림처럼 작고 아름다운 교회가 있었다. 봄이 오면 꽃동산이 되고, 겨울이면 대나무 스키를 만들어서 타곤 하던 놀이터가 교회로 가는 길목이었으니 교회는 늘 친숙하고 즐거운 내 유년 생활의 일부였다. 

내가 하나님을 부르짖으며 그동안 지은 죄를 용서해달라고 진심으로 회개한 것은 6·25 전쟁터에서였다. 학도병으로 참가한 나는 미 7사단 소속으로 9.28 서울 수복 이후 북진에 투입되었는데 중공군의 투입으로 후퇴하면서 장진호 근방에서 온몸이 파편투성이가 되는 엄청난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고, 그 이후로 나는 ‘덤의 인생’을 허락하신 것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남은 인생을 모두 바치겠노라고 맹세하며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숨 가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매몰되면서 나는 열여덟의 전쟁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절박하게 찾았던 하나님을 잊고 살게 되었다. 어머니가 권사로 계셨던 후암장로교회의 주일예배만큼은 꼬박꼬박 지키고 있었지만, 일요일에도 버젓이 회사 문을 열고 일을 할 정도로 신앙적으로 많이 벗어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때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세상의 시곗바늘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 절이었다.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몰아내고, 내 의지대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께 의지하고 묻고 답을 구하라는 자연스러운 뉘우침의 목소리가 내 내면에서 생겨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일요일 출근을 폐지시키고, 새벽기도도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 달라고 맡기고 매달리는 사이, 하나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계획에 관해서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현상설계에 당선되고, 정림건축이 승승장구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그것이 내 노력과 능력이 뛰어나서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일부라는 확신 아래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살기 위해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했을 뿐이다. 그렇게 범사에 감사하는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이 어느덧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계속되고 있다. 

아들이 목사로 있는 나들목교회에 나가게 되면서 요즘은 새벽예배를 보러 교회에 나가지는 않는다. 신자들이 분포해 있는 지역이 워낙 넓어서 새벽예배는 QT라고 하는 지역별 모임으로 이루어진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아침 6시 반에 모여 성경 읽기와 묵상, 찬송과 기도 등을 하게 되는데, 하루라도 QT에 참석하지 않으면 마음이 개운하지 않을 정도로 QT의 즐거움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생활이 신앙 중심으로 확실하게 옮겨지면서 재물에 대한 가치관에도 변화가 왔다. 친구들한테 털어놓곤 하는 이야기로 돈이라는 것은 세 가지에 어려움이 있다. 첫째, 돈은 벌기가 어렵고, 둘째로 번 돈을 관리하기가 어렵고, 마지막으로 그 돈을 선하게 쓰기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나에게 분에 넘치는 물질적 축복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에 맞게 번 돈을 선하게 쓰는 것을 잘해야겠다는 생각, 그것이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선한 청지기의 삶’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부름Calling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무의미하게 내던져진 존재가 아니고, 하나님이 나를 향한 계획이 있으셔서 세상에 내보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를 위한 기도는 하나님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목적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고, 그 사명을 다하고 하나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일이다. ‘청지기의 삶’은 내 오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 요한복음 12장 24절 

이 말씀을 나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알고 살아가고자 한다. 내게 관리하라고 맡긴 재산을 사회에 가치 있게 환원함으로써 모든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하는, 나를 세상에 내보내신 ‘부름’의 계획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