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요가

새벽 네 시 반, 늦어도 다섯 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다섯 시에 자명종을 맞추어 놓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최근 들어 생체 시계가 자명종보다 점점 더 정확해진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감사의 짧은 묵상을 드린다. 그다음에 1시간 가까이 요가와 스트레칭에 몸과 정신을 집중한다.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몸을 유연하게 해주는 데는 요가만한 운동이 없다.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이 굳어지는 것을 풀어주고 반대로 운동을 시켜주는데,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나이에도 몸을 활처럼 거꾸로 구부리는 코브라 동작이 가능하다. 나이에 비해서 허리의 유연성이나 근육 발달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평상시에 지속적으로 요가를 해 온 덕분이다. 

몸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고 펴지고 유연하다는 것, 그것은 정신건강에 특히 이롭다.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몸이 있고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에서 대인 생활의 자신감까지, 사회생활을 활기차게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내가 요가에 정성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좋아한 테니스와 골프를 더 오래 즐기고 싶어서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테니스와 골프도 허리의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테니스도 허리가 돌아가면서 체중이 공에 실려야 강하게 날아가는 것이고, 골프도 몸을 제대로 회전을 해야 장타가 난다. 이 모든 것이 몸의 유연성, 근육운동과 관련이 있다. 요가 덕분에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민첩하고 힘도 있다는 부러움을 받기는 하는데, 그래도 어려운 점은 있다. 시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 반사 신경적으로 몸이 반응해야 하는 순간에는 아무래도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

골프는 주중에 한두 번, 주말에는 주로 테니스를 친다. 주일에는 가급적 삼가야 하는데, 몸이 근질거려서 예배를 드리자마자 테니스장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 한 번 나가면 서너 게임은 너끈히 소화해내는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야 직성이 풀린다. 음, 제대로 했구나, 노곤해진 몸이 만족한 웃음을 짓는 것이다. 

골프도 그렇지만 테니스도 참 신사적인 운동이다. 네트가 중간에 놓여 있으니까 몸을 부딪칠 일이 없다. 심판이 아웃을 선언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판정을 했더라도 자기 판단에 공이 라인을 터치했다고 생각되면 심판에게 세이프라고 인정한다. 또한 예의상 상대방 선수의 몸을 향해 공을 때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테니스가 에티켓이 아주 중요한 신사 스포츠로 예찬받는 이유이다. 

우리 회사 테니스 동호회는 매주 목요일마다 장충 코트에 모인다. 김정식과 내가 워낙 테니스를 좋아해서 창립 초기부터 꾸준히 참여해 왔기 때문에 역사와 관록이 있는 팀이다. 한때 건축계에서 테니스 대회가 열리면 ‘정림건축이 트로피를 싹쓸이해 간다’면서 나오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막강 실력을 자랑했던 때도 있었다.

건축이 정신노동이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몸 관리에 철저하려고 노력해 온 편이다.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고 하듯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창의적이고 건전한 아이디어는커녕 기본적인 사회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 몸 관리는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서 기본으로 애정을 쏟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다하는 일이다. 

나이 들수록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다. 이미 적지 않은 친구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병과 사투를 벌이는 친구들이 있다. 신체적 이상이나 때 이른 죽음의 3분의 2 이상은 스스로 선택한 생활 습관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좀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지속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몸이 습관의 노예가 되도록 시간과 공을 들이는 노력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시간이 정말 없게 되었을 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