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건축 연구

정림건축과 현상설계경기

임진우 팀장/ 설계본부 PD

설계경기의 중요성

현상설계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발전되어온 한국건축문화의 현실속에서 그 비중이 대단히 큰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동안 건축계에서는 우리나라 현상설계경기 운영현황과 문제점, 바람직한 운영방안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뚜렷한 결론없이 설계경기는 진행되어 왔고 또 진행되어 가고 있다.

이미 최근들어서 월간건축 잡지들의 작품, 계획안 등을 다루는 란에 현상설계 응모안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건축계 전반을 통해 과거에 연고나 지면도 등에 의해 수의계약되던 프로젝트의 수주방법이 현상설계라는 방법을 지향하는 바, 현재 또는 앞으로의 현상설게의 비중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관공서 위주의 대규모 프로젝트 뿐 아니라 소규모의 은행지점들까지도 이제는 현상설계라는 방법을 동원하므로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현상설계경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고 문제점 및 방안들을 모색하여 설계경기에 대응하는 정림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정림건축의 도약은 역시 설계경기를 발판으로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림에서 수행한 많은 작품중에는 설계경기를 통하여 수행한 프로젝트가 많았으며 이러한 프로젝트 속에서 많은 설계경험과 자료를 축적하고 성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외환은행본점(1973)을 시작으로 부산 MBC(1986), 한신증권사옥(1987), 침례신학대학(1987), 지하철 5호선 역사(1990), 대덕과학문화센타(1990), 한국기술개발사옥(1991), 삼보컴퓨터사옥(1991), 영종도신공항(1992), 신동아화재보험사옥(1993), 할렐루야교회(1993), 사학연금대전둔산회관(1993),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작품들이 현상설계를 통하여 실현되어 왔으며 제 2종합청사(1979), 한국은행본점(1975), 올림픽 국립경기장(1983), 을지로 재개발(1983), 서울법원(1984), IBC 방송센타(1985), 건대상허기념도서관(1985), 동양증권(1987), 인천종합문화회관(1988), 한국통신 선로기술연구소(1991), 정부 제3청사(1991), 전문건설회관(1991), 한국통신 서울본부(1992), 충주시청사(1993), 주택공사(1992), 대전시청사(1993), 한국통신대덕연구소(1993), 체신공무원교육청사(1993) 등의 실현되지 못한 아쉬운 작품들도 많았다. 이번 정림 건축의 디자인을 진단하는 계기와 함께 특히 94년에 수행했던 현상설계작품들을 통해 정림디자인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고 우리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는 일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1. 부산MBC방송국
3. IBC방송센타

2. 외환은행본점

’94 현상설계 작품들

「산업은행본점」은 전면 여의도광장과 배면 가로의 성격에 따른 스케일의 배분과 내부공간의 전개에 주력한 안으로 하이테크한 외관과 디테일까지의 치밀한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존 산업은행 전산센타 건물의 해석을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였으나 이것이 심사기준의 차이를 가져다 주었다.

「동원주상복합빌딩」은 발주측의 취약한 사업성 검토부분에까지도 효율적으로 분석하였던 안이다. 기존지역의 상권규모, 업종분석, 사례조사등을 통하여 상업부분의 방향을 제시하고 주거부분은 미래형 주거 개념으로서 가정자동화시스템의 INTELLIGENT 기능과환경개념(GREEN)을 ‘GREENTEL’로 제시한다.

「금호그룹사옥」은 광화문에서 서대문에 이르는 거리의 CONTEXT를 회색빛의 죽은 도시로 해석하고 그곳에 표정을 담는 일을 주요 테마로 작업하였으나 재개발지역에서의 용적율을 1,000% 확정시기를 전후하여 이전의 800% 용적율로 잘못 적용하여 계획하였다.

「도록교통안전협회서울지부」는 기능별로 나누어진 교육시설부분과 사무부분의 동선처리 및 공간활용에 주력했으며 질서와 준법을 추구하는 교육적 이미지를 수평과 수직면의 정직한 구성을 통해 보여준다. (심사과정에서 설계지침을 무시한 계획안이 당선되었다.)

「한국통신광주정부기술센타」는 사용자 위주의 최적 공간의 환경을 부여한다는 원칙 하에 그동안 진행되어진 한국통신설계 경험을 가이드라인으로 중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정형(삼각)평면으로 조형성을 강조된 안이 채택되었다. 정림은 너무 정답을 내주었다는 심사평은 현상설계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반영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한교원공제회제주호텔」은 조형성검토 이전에 설계지침, 호텔기능, 사업성등을 분석하고 숙박객들의 이용패턴을 건축적 어휘로 표현하는 데 주력한 안이다. 초기 개념설정과 디자인 결정 과정에서 별 혼란없이 진행되어 DESIGN DEVELOP 과정에서 비교적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한국중공업기술정보센타」는 한국 중공업의 이미지와 정보센타로서의 성격을 구조미로 표현하였으며 미래지향적 첨단 이미지를 보여준다. 기능상으로 복잡한 에너지절약형 인텔리젼트 빌딩이지만 단순하게 정리되어 판넬에 옮겨진 표현기법이 독특하다.

이밖에 현재에도 태릉국제스케이트장, 국립춘천박물관 등이 현상설계로 작업중이지만 근래에 저조한 현상설계 당선율과 특히 94년 들어 작업했던 대부분의 현상안들이 당선안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차석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작품에 쏟는 우리의 열정과 밤샘작업들을 결국 무모한 소모전으로 결론지어 질 것인가? 이러한 고민에 앞서서 우리는 먼저 우리가 당면한 현상설계경기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4. 산업은행본점
5. 대한교원공제회제주호텔
6. 동원주상복합빌딩

설계경기의 문제점

설계경기의 긍정적 시각이라면 우선, 주최측이 설계경기를 통해서 특정인이 아닌 많은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주어 좋은 안을 얻겠다는 의도와, 응모자는 하나의 비즈니스로 프로젝트를 실현시켜 클라이언트의 개입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자신의 건축관을 정립하고 표현함으로써 사회 문화적으로 잇슈를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이러한 계기로 신인들이 등단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건축문화 발달에 이바지하는 역할과 건축계의 잔치로서 진행되어야 할 현상설계가 주최측의 불분명한 목적의식와 무사안일한 태도로 성격이 흐려져 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비전문인 심사위원의 건축적 자질과 심사에 있어서의 공정성의 여부, 저작권 문제, 발주측의 일방적이고 부당하게 책정되는 설계기간 및 지명료 문제, 이러한 현실에 기회주의로 편승하는 건축사들 등, 아직도 우리가 처한 설계경기풍토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설계는 작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선이 첫번째 목표이다. (설계경기에 참여하면서 그저 안을 내는 일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만이 목적이 아니며 당선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선안보다 작품의 질이 낮은 것도 절대 아니다.

결국, 설계경기에 참여하는 우리의 자세는 진지한 분석과 판단으로 기량을 다하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바람직한 안을 제시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즉, 부분적 기준에 조급하게 매어달리기보다는 전체적인 개념과 우리가 주장하는 목표와 줄거릴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리라고 보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몇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설계경기의 방안 모색

첫째는 설계PROCESS의 단순화가 필요하다. 설계경기는 일반적으로 PROJECT와 달리 짧은 시간내에 좋은 작품을 창출해야 하므로 스피디한 진행이 요구되며 때론 직관적으로 안이 결정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비교 검토 대안의 스터디보다는 개념적인 한가지 안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는 공정상으로 투시도, COMPUTER GRAPHIC, 모델, 보고서 등의 결과물들을 치밀하게 다룰 수 있는 시간 배분이 가능하다. 납품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모양새는 그 원인이 초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는 디자인 결정과정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지금의 개편된 조직에서 디자인 결정권이 프로젝트 디자이너에게 주어졌으므로 이 부분을 향후 많은 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담당 PD는 주관적 결정전에 의견 수렴과정에서 최대한 개방적이어야 한다.

또한 결정된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PRESENTATION방법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설계지침의 중요성에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스티로폴 매스에 의한 조형성을 먼저 스터디한 후에 설계지침을 거꾸로 맞추어 가는 방법은 지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고 USER의 행동양식과 생활패턴등으로 구성된 요구조건, 즉 설계지침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프로그래밍하여 조형의지 이전에 팀원 모두가 숙지해야 할 사항이다. 초기에 야기되었던 문제점들은 최종안에 어떻게 해결되어 적용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추적해 주어야 한다.

이밖에도 현상설계경기의 참여여부검토, TEAM구성문제, 결과에 대한 평가 등은 정림의 현상설계에 대한 향후 전략에 따라 별도의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현상설계 당선율이 지금보다 더욱 저조해 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서 해서 현상설계경기를 기피하거나 또는 왜곡된 경기풍토에 타협할 수는 없으며 또한 당선 되었다고 자만하거나 낙선되었다고 의기소침할 이유도 없다. 우리 정림은 건축계를 리드하고 있다는 긍지와 전문인으로서 소신을 갖고 미래 한국 건축계가 짊어질 공동운명에 대하여 분명한 역사의식 속에서 각자의 직분을 다하는 것만이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임하는 한 언젠가 그 문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7. 한국중공업기술정보센타

자료 및 정보 출처

《대청마루 정림건축 설계정보지 제5호》, 1994, 20~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