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강연 및 기고문

주택과 도시

《건축》 74년 9월호 게재

최근 도시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말미암아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의 여러 도시들까지 주택부족현상을 겪어 시 주변에 Bed Town이라 불리우는 주택단지들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sprawl현상은 유효한 국토를 더욱 비효과적으로 만들고 도시민의 주거기능도 충족시키지 못하게 하며 갈수록 추하고 살기 불편한 도시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에 주택문제 해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건축가들의 현시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간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있는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주택의 건설이 건축인 부재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 마루턱까지 대지조성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져가는 서울의 자연, 밀집이 극에 달한 주택지역들, 건축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겠으나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부분에서만이라도 반성해야 될 일이 많을 것이다. 두부모를 잘라 배열해 놓은 듯이 획일적인 아파트군들, 한동안 거창한 슬라브지붕이 온갖 가옥을 덮고 있더니 근자에 와서는 사려없이 세워진 고깔지붕이 왜 그렇게도 유행인지 모두가 천편일률적이고 무모한 계획에 새삼 우리의 미력함을 통탄케 된다.

서구는 역사와 전통이 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주택지역과 세련된 중심가들을 가졌다 하더라도 인근 동남아시아 제구들이 국토와 인구, 국민소득상에 별차이 없음에도 여유와 질서가 있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우리의 적극적 참여와 꾸준한 설득에 의해서만 아름다운 우리 도시, 자랑스럽고 살기 좋은 도시가 가능할 것이다.

도시주택의 현황

통상 우리가 말하는 개인주택은 도시주택의 부류에 속한다. 교외에 건립된 주택들도 쉽사리 도시의 스프롤현상에 의해 도시주택화되곤 한다. 원래 세분되어 있던 토지에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토지의 영세화가 날로 심해져 집들의 처마는 서로 맞붙고 일조, 통풍 등의 위생여건이 결여되고 인간의 기본적인 개인생활 조건조차 보장되지 않은채 과밀화되어가고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도심반경이 10km에서 15km로 그것도 모자라 20km로 날로 확장일로에 있다. 지역은 확대되어도 호당 점유면적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도시환경은 악화만 되어간다. 도시로 집중한 난민들은 도시의 여백을 찾아 산허리든 개천가이든 무단점유로 도시의 슬럼화를 가속시킨다. 이들 난민주택의 해결책으로 세워진 청계천변의 아파트나 산허리마다 세워진 시민아파트들은 어떠한가. 무리하게 세워진 이 아파트들은 저소득자를 위한 것이므로 주거자체의 질이 낮은 것은 이해하더라도 그 속에서 이루어질 가정단위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창과 창이 맞대고 있어 일조통풍이 제대로 안됨은 물론 항시 커튼으로 창을 가리고 생활해야할 형편이니 창은 무엇때문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 아동들은 놀이터가 없어 경사진 차도에서 미끄럼을 타거나 공차기를 하는 극히 위험스러운 상황이며 간혹 만들어진 어린이 놀이터는 정서적인 꿈을 찾아볼 수도 없는 메마른 환경이 고작이다. 좀더 인간의 삶을 중시하고 이런 주거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자녀의 성장과 교육적인 견지에서도 사려깊은 계획이 요구된다.

근년에 들어 경제성장의 발돋움속에 중소득층을 위한 도시주택의 개발이 활발해 졌다. 그것은 곳곳에 세워지는 아파트들로서 제한된 토지에 많은 주택을 수용시켜 보려는 시도이며 시대적 요구가 크게 뒷받침한 결과이다. 이것은 막연한 도시주택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도시민의 생활구조, 계층별 경제적 생활수준의 분석과 도시 환경개선 등의 대책없이 무분별과 무통제 속에 이루어져 아파트 건설업자의 이익과 행정가들의 업적전시효과만 만족시켜 주고 도시민의 생활개선과 도시의 바람직한 발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처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택지구 구획정리 사업이 그 지역의 장래상의 설정과 그 속에서 이루어질 도시민의 임야나 전답의 환지화나 소방도로 확보를 위한 도로계획에 불과하여 도시의 스프롤현상만 조장하고 있다.

이상적인 인간생활의 조건과 환경조성에 기본이념을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시계획가나 건축가의 폭넓은 자문과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신중히 연구되어 집행에 들어갔어도 다소의 시행착오는 면키 어려웠을 일들이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없이 이루어지니 그 사업들의 미래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제국의 여러 아름다운 도시들이 하루아침에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들 도시는 그들의 경제적 수준도 있겠으나 전통과 지역성을 살리고 국민의 삶이 안위적이며, 건전한 개인생활 조건이 보장되며 도시환경을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하여 도시민에게 가혹할 정도의 제약을 가해 조화있고 자연속에 파묻힌 도시를 이룩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주거형태의 지정(단독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건폐율 조정, 자연보호의 의무화, 棟間간격, 심지어는 주택의 모양과 색채에 이르기까지 제약과 강제성을 요구하고 건축주나 건축가가 이에 호응하고 노력하여 자연속에 조화되고 도시민이 희구하는 편리하고 건강한 아름다운 도시를 이룩한 점을 들 수 있다.

도시주택과 도시

도시주택의 유형은 근자에 와서 단독주택과 아파트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질 수 있다. 전자는 주거단위마다 각기 다소나마 토지를 사유하여 정원을 가꿀수 있는 뜰을 가지고 있으나 아파트는 실질적으로 사유의 뜰을 갖지 못하고 주거자들이 공유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가 좁은 경우에는 가족단위마다 토지를 분할 사유하는 숨막히는 상황으로 세분할 것이 아니라 중층화하여 토지를 공유케하므로서 도시공간에 여백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만의 도시는 아무리 잘 계획되었다해도 비인간적이고 딱딱함을 면키 어렵다.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적절히 섞여 대비와 조화로 도시환경이 개선되어야 하겠다.

단독주택들로 이루어진 주택지역은 어떠한가? 조밀하게 배치된 단독주택들은 한 지역을 지붕으로 덮어 그린이라든가 여백을 느끼는 외부공간은 턱없이 부족하여 온통 그늘밑에 숨어버리게 하여 더욱 삭막한 도시환경을 조성케 하고 있다. 단독주택은 200평 이내에는 짓지 못하도록 억제하여 그린속에 주택들이 숨박꼭질하고 있는 환경의 주거지역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구라파 도시 주거

지역의 인상이 질서있고 아름답게 느껴지며 인간적인 도시로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사이에 테라스하우스나 Row House들을 배치하면 더욱 균형과 아름다움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연립주택은 단독주택보다 棟間간격을 없이 할수 있고 변화있는 형태의 중층화(2, 3층)가 가능하며 여백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으며 아파트가 결여한 사유의 뜰을 희구하는 도시민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그것이 도시환경의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불광동 북측지역은 도시의 스프롤현상이 제일 심하고 먼저 이루어진 지역일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 변화있고 세련된 연립주택이 산재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아파트들이 조화있게 배치되었더라면 보다 살기 좋고 애착이 가는 지역으로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반포나 강변아파트군 사이에 로우 하우스들을 질서있게 배치한다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고 건물이 주는 억압등을 해소시켜 부드러운 가로를 형성하는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보다 살기좋은 도시주택을 해결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런 일의 제안과 적극적 권유가 우리 건축인의 과업이자 명제일 것이다.

건축가의 과제

건폐율 50% 이상의 주거는 일단 도시주택이라 규정지어 질 수 있으므로 우리의 주택은 대개 도시주택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주택들은 도시의 이상팽창과 위력에 무방비 상태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도시속의 주택은 우선 도시의 생태파악과 장차 도시의 변천하는 방향을 주시하여 도시주택이란 어떠한 자세를 갖고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상기 문제들에 대하여 앞으로의 도시환경을 상정하고 일면으로는 이에 대한 외부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도시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주거를 주위환경과 여하히 조화 결합시키느냐 하는 문제와 외부적인 여건에서 하나의 주거를 어떻게 보호해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동시에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하나의 주택이 아무리 우수하여도 주위와의 조화가 결여되면 올바른 도시주택의 해결책이 아님을 잊고 있거나 도외시하고 있으며 개인주택을 도시라는 측면에서

파악하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주위의 물리적 상황이나 거주자의 생활조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도 이것을 예견하고 대처하는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주택의 내용도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대지주변이 문제가 되므로 주택의 조형에 있어서 건물의 축이나 지붕의 흐름, 외벽면의 방향성등이 인근과의 조화 균형상 중요시되어야 한다. 

이런 연관관계를 찾아나가며 주택은 그 자체로서 자신을 보호해 나가는 것이 도시 개인주택의 숙명이다. 즉 도시주택은 도시생활에 가장 적절한 내용을 압축 계획하면서 거대한 이 도시환경으로부터 주거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과 그 가정이 그 도시에 불만이 없도록 해결해 나가야 하며 항상 도시의 미래상을 염두에 두고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 및 정보 출처

《빛과 사랑의 건축》, 1992, 136~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