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사회적 책임 건축사 81년 7월호

사회의 건축적 여건

우리는 20세기 후반에 살고 있다. 몇차례에 걸친 5개년 계획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이 아닌 한강변의 기적을 성취하여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질 정도의 물질적 풍요시대를 맞이했다. 우리가 국내적 범주를 넘어서 온 세계가 일일 생활권에 들게 됨에 따라 프로젝트에서도 그 스케일의 확대는 매일 증대의 추세에 있다. 건축가들을 흥분케하고 희열이 넘치게 했던 일이 바로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수만평의 건축물들이 우리 건축가의 손에 의해 계획되고 건립되어 대형건물의 기능을 잘 소화하면서 도시환경 속에 창작적 구성요소로 인간의 삶에 이바지하고 있는 예를 볼 수 있다. 스케일의 확대는 규모 뿐만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 복잡한 성능의 확보와 수없이 많은 요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의 완벽한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만 한다.

건축은 원래 사회적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복잡한 생물로서 변화무쌍한 욕구를 가졌으며 이 또한 건축가에게 아주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 온다. 이에반해 건축주,또는 사회의 건축활동에 대한 이해는 그 수준을 의심할 정도이며 외국의 건축문화적 여건과 비교할 때 너무도 현격함을 다시한번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양자의 인식차이나 여건의 대비를 인정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문화적 계몽을 게을리하지 않고 당면한 현실여건을 극복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일만이 우리 건축가의 역할인 것이다.

건축가의 역할

시대에 따라 건축활동이나 건축가의 역할도 변해왔고 여러 분야의 기술자의 협력이 필요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양과 스케일의 확대, 그리고 경제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건물이 선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지 연관을 가지며 도시의 집단 속에 존재할 때 그것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즉 규모도 규범도 있어야 하고 질서와 도덕도 지켜야 한다. 건축을 개체로 볼 때도 그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는 하드한 것에서 소프트한 요소까지 헤아릴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체의 내용과 건축주의 요구나 기호에 따라 처리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건물은 내부공간만이 존재의의를 갖는 실상이 아니라 주위와 더불어 환경을 만들게 되기 때문에 사회 공공물로서의 의의가 더 커진다. 건축가는 도시에 건물을 세우고 형태를 부여하고 우리 문화의 극치에 이른 행복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위대한 직분을 가졌다.

우리는 선임들이 이룩한 모든 유산을 보고 배우며 당대에 산업기술의 모든 것을 알고 연구하며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술수준의 달성을 위하여 건축적 창조의 기예를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복잡하고도 다양한 모든 요구들이 가장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건축주의 내적인 요구들을 해결하고 외적으로는 사회의 모든 인간이 사랑하고 아끼는 주위환경을 만든다는 긍지와 자세를 갖고 창작활동을 해야한다. 건축가는 언제나 아름다운 건물과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가 이룩한 모든 것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관찰하고 미래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예측하며 순수하고 희생적인 정신으로 건축에 임해야 한다. 건축가가 얼마나 과거를 아끼고 예술을 사랑하고 활동하는가를 사회가 인식할 때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마련되어 건축활동의 여건이 마련된다.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셋째도 건축가의 순수한 양식과 책임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건축가의 의무를 외면하고 우리의 입장과 권리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바른 건축활동

건축은 손끝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사회를 아름답게 꾸미고 사람들의 정서적 생활과 미래환경을 위하여 윤택한 여건을 더 확보하려는 “人生’에 바탕을 둔 노력이며 올바른 건축을 하려는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의 실천이어야 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냉혹하리만치 철저하고 많은 요구를 하는 廣義의 클라이언트이므로 우리의 예술적, 문화적 경험과 탐구적으로 기예의 연마를 다하여 도시와 환경조성에 기여하고 아름답고 값진 건축문화를 창조하는 활동만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자료 및 정보 출처

《빛과 사랑의 건축》, 1992, 142~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