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건축의 작품들 건축과 환경 86년 6월호

사면이 네개의 벽과 지붕으로 둘러싸이면 건물이라 부르고 그곳에 기능을 만족시키는 공간을 담고 그 공간에 작가가 의도한 지성과 감성의 메시지를 담으면 건축이 된다. 건축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고도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고급예술이며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예술이다. 사람의 생활에는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은 물체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물체와는 달리 별개의 개념을 갖는다. 공간은 인간의 전 지각에 총체적으로 관계되고 호소되며 삶자체가 풍족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참된 공간은 삶의 중심이 되고 그 안에 인간이 있는 虛의 조각이라 할 수 있다. 

건축에는 인간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질적인 것에서부터 지성과 감성, 아름다움, 기쁨이라든가 미적인 요구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건축은 건축되어지는 시대의 성격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건축을 그 시대문화의 尺度라고도 한다. 

루이스 칸은 이렇게 말한다.

Create (창조) : 無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사람은 할 수 없고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것. 

Make (창작) : 기존의 어떤 것에 형상을 부여하고 실현시키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창작을 할 수 있다.

건축디자인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用器와 그것을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제작할 뿐아니라 요구되는 기능을 충족시키고 뜻과 기쁨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속에서 바람직한 어떤 상태를 찾아내어 그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것을 추출하고 그 양과 상호관계를 정하는 하나의 밸런스를 이루게하는 작업이다. 이런 건축설계를 행하는 사람이 건축가이다. 건축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된다. 여러 훌륭한 연주자들의 능력을 잘 조화시켜 지휘자의 본래구상 즉 음악성에 따라 연출시키는 작업을 하듯 건축가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하여 작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종합적 건물과 환경을 만든다. 

어떠한 위치에 설계를 한다는 것은 他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기회를 혼자 얻게됨으로 가장 바람직한 건축을 실현시켜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우리의 커다란 의무는 자유에 따르는 기회와 위험, 도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풍부한 전문지식과 올바른 건축관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해야하며 오랜 경험이 요구되는 전문직업인이다. 

이 시대의 건축가는 인간을 사랑하고 건축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사명의식이 투철하고 겸허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초월한 그 무엇을 이용자, 사회, 시대적 요구에 응해 해결에 충실하고 기능과 공간창조에 노력해야 한다. 건축은 사회적 요망에 의해 이루어지는 창작활동이다. 건물이 대형화함에 따라 설계자체가 복잡해지고 복합적 기능과 높은 설비성능 확보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의 보다 훌륭한 전문가들이 필요해지고 이들을 조직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전문적 지식은 조직내에서 협동할때 일관된 설계에 도움을 준다.

“창조적 활기는 항상 개인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다른 사람들과 밀접한 협동을 함으로써 상아탑속에 머무르는 것보다 그 팀 동료들의 자극과 도전적 비평을 통해 더욱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그로피우스는 말한다.

한 사람의 견해보다는 다수의 조정된 견해가 더 타당할 수 있다. 조직내 여러 구성원의 견해와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와 토의과정이 합리적 기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정림은 개성있는 건축가와 팀웍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존재하다. 

정림의 설계어프로치는 미래에 대한 기술적 세련과 창의적 확신을 가지고 환경과 대지,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응하는 것에 그 기본을 둔다. 건축은 계획되어진다기 보다 내재된 삶의 발현이며 결과적으로 환경은 상호작용하는 메카니즘들의 연동적인 전제가 된다. 그런 이유로 정림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직관적 통찰력에 의해 구하기보다 환경속에 내재된 질서를 발견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리고 정림은 항상 기능을 중시한다. 기본계획상에서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며 기능은 街路와 近隣의 광범위한 환경에 조화, 통일 되어야 한다. 

건축을 세상에 실현하는 것은 그것이 직접적인 주거자는 물론 건축을 목격하고 경험해야할 시민들도 포함한 다수의 사용자를 위하여 존재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건물의 긴 수명을 생각할때 당초의 건축계획을 명확히 해야할 뿐아니라 건물의 일반적 경향과 현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러한 어프로치에 의한 해법의 결과물이 작품이다. 작품은 예술적 가치와 기술적 뒷받침으로 완전에 가깝게 표현되어야 한다.

정림은 작품에 있어서 획일성보다 개성을, 익명성보다. 아이덴티티를 추구한다. 정림은 각 건물과 장소에 대해 열망을 가지고 특수해를 구하려 하며 그 개성은 여타의 것과 구별되는 이질성의 것이기 보다 각각의 혼과 표정을 가지는 건물의 추구를 뜻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창작으로서 사람과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살아있는 건물을 만들려는 것이다. 건물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기능적이고 세월의 흐름과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는가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정신을 받들고 기쁨을 주었느냐에 따라 어떤 시대의 어떤 미적 기준속에서도 건축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림이 설계한 하나의 건물에 사용된 건축조형언어는 환경과의 조화, 대규모 오픈스페이스, 선큰가든, 포디움+ 타워, 모서리 프레임 원기둥, 원형샤프트, 구조미의 표출, 내부공간의 아트리움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휘들은 그 작품이 서있는 장소성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선별 사용된다.

건축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의 생활을 보호하고 값지게 하여 인간존재의 존귀함에 대한 신념을 만족시키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건물 하나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우리의 문화를 표현해 나가는 것이다.

건축은 사회적 예술이다. 건축주와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아름다운 형태, 고상한 공간 , 여러가지 요구에 맞는 최고수준의 건축을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림은 사람들의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적절한 어휘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여 항상 합리적인 디자인을 창출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직업을 위해 여러분은 전공 뿐아니라 넓은 문학적 교양과 철학적 바탕을 쌓아나가야 한다. 아이디어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아니고 축적된 경험의 결과로 내적으로 탐구하던 방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를 실현할 수단이 마련되어 필요로 하는 요구가 결정적으로 충족될 기회가 왔을때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 항상 호기심과 관찰력을 가지며 상상력과 꿈을 키워나가야 한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훌륭한 건축가를 탄생시킬 것이다.

– 1986년 5월 경희대 공개건축강좌 주제발표원고-

자료 및 정보 출처

《빛과 사랑의 건축》, 1992, 154~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