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생각하며 건축가 90년 2월호

90年代를 생각하며

새로운 年代를 맞을때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고 평가하여 새年代에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새해아침이나 새시대의 첫해에 할 일이다. 물론 90년대는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향한 통찰력 있는 예측과 아울러 겸허하게 이 시대 우리의 역할을 돌이켜 보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의와 다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협회는 자생자율적인 전문직능인들의 모임이다. 官의 관여나 건축법등 법률에 의해 만들어지고 통합되는 단체가 아니다. 완전히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분명한 건축사상과 칼라를 가진 건축가들이 모임이다. 건축가협회는 30여년의 역사를 통하여 올바른 건축을 것 찾아 사회에 기여하고자 꾸준히 노력 발전하여 왔다. 또한 분야별 위원회의 활동을 통하여 대내외적으로 활약해 왔다. 특히 건축대전을 주관하여 건축계내에 열기와 의욕을 불러 일으켰으며 사회적으로 건축의 중요성과 본질에 관하여 이해와 흥미를 갖도록 해주었다. 금년에는 文化部가 생겨 문화발전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문화부가 새로이 발족하였다고 그 나라의 문화가 갑자기 조성되고 발전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하나의 기폭제가 되어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시기를 새로운 계기로 삼아 건축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담고 이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는 수준까지 그 인식을 높여야겠다.

지난 시대에 건축은 그 역사의 일천함과 경제적 여건이 빈약한 상태였으며 정부의 경제우선 발전시책에 밀려 우리 삶의 문화는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건축의 본질적 개념의 이해와 직능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였지만 그 규모와 양은 크게 늘어난 年代였다. 건축작업은 건축주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다. 이런 사회적 수요가 있다 해도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인식없이는 좋은 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80년대에 지어진 많은 건축이 훌륭한 유산으로 남길만한 작품성을 지니지 못했으며 그동안 능력과 경험을 많이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얻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지난 시대에 못다한 건축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인식을 제고하는데 있어 문화부의 역할을 유도하며 “디자인” 이나 정치경제 뿐아니라 건축도시의 문제와 건축가의 역할을 널리 논하고 사회에 호소하는 年代가 되어야 할 것이다.

開花期로 부터 지금까지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을 통하여 서양건축문화가 생활방식의 변화와 적응을 비롯하여 건축과 도시환경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80년대로 부터 전통의 논의와 추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그 정의 자체가 아직 많은 논란을 거듭하며 초기단계에 머물러 것같다. 이제 진정 우리의 멋, 맛이 담긴 우리 고유의 건축을 만들어내는 일에 더욱 건축계의 노력을 집중시켜야겠다. 우리의 전통찾기가 과거 현재에 집착하여 예것으로 돌아갈수도 없으며 현재에 안주하고 미래를 바라보지 않을때 한국건축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반드시 모든 것을 기록하고 후일에 평가한다.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발전하는 우리의 멋과 맛이 표출된 우리의 건축을 하는데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겠다. 올림픽의 성공적 수행으로 한국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그 성가가 높아졌으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겼다.

우리가 살아온 집과 마을과 고건축들을 보고 한국인 고유의 미에 대하여 한국의 정취를 느끼고 친근감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정기가 높아질수록 국제사회속에서 우리의 처지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지구는 온통 치열한 국제경쟁의 싸움터이며 과학,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弱肉强食이 철저히 적용되고 있는 시대이다. 서양건축이 건축양식은 물론 우리의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깊숙히 침투되어 있지 않은가? 우리의 것은 계속 연구 발전시켜 이 시대에 걸맞는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건축문화를 꽃피워 새롭게 인식시키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90년대는 외부로 향하여 진출하는 국제화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제사회 속에서의 한국건축과 건축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건축계가 그 역량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UIA와 같은 국제적 조직속에서 국제교류를 활발히 하며 이사국이라든가 4지역 부회장직도 맡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분이 나와야겠으며 매 3년마다 열리는 UIA의 대회와 총회도 국내에서 개최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국제현상설계에 적극 응모함은 물론 UIA가 공인하는 국제현상설계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여 국제사회로 부터 평가받는 한국이 되어야겠다. 

지적소유권의 국제적 압력이 거세진 오늘 또한 후진사회에선 지역주의가 외부세력의 유입을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시대에 지난날 우리 건축계의 상황을 보면 중요하고 규모있는 건축들은 외국인에 의해 계획되고 설계된 건축들이 많다. 

첫째는 건축주나 시행자의 국내건축계에 대한 몰이해와 불신에다가 사대주의적 발상에 기인한 이기적 사고가 문제이며, 둘째로 건축계와 건축인들 스스로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으며 직능적 자세와 역량에 따른 신뢰도가 약한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런 문제가 개선되고 새로운 인식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7,80년대를 통하여 우리 건축계는 많은 경험을 쌓았으며 건축가들도 그만큼 성숙되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쌓아온 서양건축문화를 경제성장하듯 어떻게 一朝一夕에 소화하고 성숙할 수 있으며 그들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꾸준히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의 역량을 키워 나감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유산에 대한 연구와 추구를 계속함으로써 건축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발전시키면 한국의 건축도 세계속에서 인식과 평가를 받게되며 국제사회에 높은 위상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외국 건축가들에게 비싼 댓가를 치르며 중요한 일들을 빼앗겨왔다. 이 댓가를 헛되이 않는 길은 건축활동을 통하여 얻은 모든 것을 내재적 힘으로 축적하여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신뢰받는 일일 것이다. 

끝으로 21세기를 앞둔 이 시대에 건축계가 할 일은 건축에 관계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건축 3단체가 역할분담을 협력적으로 하면서 연합적인 활동을 통하여 건축직능인으로서의 신뢰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여망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우리가 쌓아온 능력과 기량을 통해 분산이 아닌 협력적 단합으로 사회적인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들어 건축설계경기문제에서 3단체 競技위원회가 확약했듯이 대사회적 문제, 국제적 문제에도 3단체의 공동대처와 창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이로 인하여 우리의 능력과 역량이 배가되며, 짧은 현대건축의 바탕속에서 또 건축이 독립된 직능의 하나로서 오늘날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며 국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90년대에 더욱 성숙한 그리고 국제사회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건축가협회가 되며 21세기를 향한 도약의 시대를 맞이해야겠다.

자료 및 정보 출처

《빛과 사랑의 건축》, 1992, 180~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