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고마움을 [시론] 대한건축학회지 41권 7호

무덥고 기나긴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윙윙 하루종일 공명하는 에어컨 속에서도 송글송글 이마 위로 맺히 는 땀을 닦아내며 문득 어디론가 홀쩍 떠나 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를 길이 없다. 계곡 물 떨어지는 시원한 산 도 좋고, 목청껏 소리질러도 다 포용해 줄 것 같은 바다도 좋다. 우리는 각박하고 숨막히는 도시 생활에서 벗 어나 자연을 갈망하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건강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자연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이 또다른 인공적인 도시라면, 분별없이 개발된 짓밟혀진 자연이라면 어떻겠는가, 우리 현재의 레저 · 리조트 시설은 현대인들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연 속의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국민소득의 향상에 따른 풍요로운 생활 에 대한 욕구 증대, 근로 시간의 단축에 따른 자유시간의 증대, 핵가족화 및 생활가치관의 변화, 자동차 보유대수의 증가 등으로 국민들의 레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가족단위의 레저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종합 휴양지인 리조트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레저패턴이 단순 숙박 · 관광형에서 체류 · 휴양형으로 변화함에 따라 자연속에서 숙박하면서 즐길 수 있는 대형 리조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우리 정 부가 1995년 4월에 대기업들의 레저산업 진출을 허용해 줌으로써 많은 국내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은 리조트 사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간주해 적극 진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대 사회적 요구에 대해 계획성 없고 무비판적인 개발이 한편으로는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리조트는 ‘일상의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에서 자신을 재정비하는 일체의 행위’로 정의되어 있어, 도시생활 에 병든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여 마음의 평안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즉 도시란 인공적인 곳을 떠나 자연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찾는 곳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산업국가 국민들에게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에 인간이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면 자칫 자연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매력적인 풍치를 가지고 있어 휴양지로서의 잠재가치가 뛰어난 지역이 개발로 인해 고유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의 고유문화가 파괴된다면, 개발 에 대한 부정적인 안식은 개방 거부주의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즉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 환경보전 및 생태환경을 중시하는 최근의 움직임은 자연을 훼손시키는 리조트 개발에 크게 제약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연을 보호, 관리하면서 개발하는 생태 중심의 리조트를 만드는 것 이 장차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일전에 미국 로키산맥에 위치한 옐로우 스톤이란 광활한 자연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있다. 이곳은 자연의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시설만이 갖추어져 있었다. 사업성 측면에서 보면 숙박시설이나 위락시설 등을 유치하면 극대의 수익을 볼 수도 있는 곳이나, 자연보호를 위해 이런 시설이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고 한다. 온천도 종류나 양에 있어 매우 풍부한 곳이나 보여주기 위해 개발되었을 뿐 실제로 사용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자연보호와 국토 관리라는 긴 안목이 구석구석 배어있는 듯하여 부럽기만 하였다.

일본의 북해도에 토마무라는 자연이 수려하고 쾌적한 리조트단지가 있다. 이곳은 스키 슬로프, 골프장, 대소 숙박시설이 고루 갖추어져 있으나 어린이를 위한 위탁, 놀이시설 등이 없기에 이유를 물어 보았다. 대답인 측 그러한 시설들이 수익성도 좋고, 때로는 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으나 사람이 많이 접근하게 되면 자연은 그 만큼 몸살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리조트 구역으로 조용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혜와 철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지 않나 생각케 한 곳이었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에 있어서도 안식년 제도라는 것이 있다. 일정기간동안 피폐해진 자연을 폐쇄하여 생물, 생태계의 휴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한라산 등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다고 하나, 전국을 대상으로 국토관리, 자연환경 보호의 입장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적인 차원의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환경보존을 위해 개발을 막는 제도적 규제와 환경보호단체의 압력만이 능사는 아니다. 개발로 인한 자연의 파괴보다 더 무서운 일은 계획과 개발을 통해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자연의 황폐화를 초래하는 무책임한 자원보존의 자세이다. 개발은 신중한 계획과정만 거친다면, 오히려 적극적인 자연환경의 보존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서양과는 달리, 자연은 절대로 인간이 대립할 상대가 아니라 의지하고 몰입해서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갈 터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멋진 조화가 된 이상적인 생태학적 공간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리조트는 자연과 만나는 장소이다. 많은사람들은 바다, 산, 호수, 그리고 거대한 태양과 같은 대자연을 만나기 위해 리조트에 온다. 자연이야말로 리조트의 최대의 소프트웨어이고, 자연이야 말로 리조트에 있어서 최대의 재산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리조트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 발로 인한 자연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연과의 공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언젠가는 그 불균형으로 인하여 리조트 사업은 실패할 것이다.

앞으로 리조트를 개발을 하는 데 있어 자연환경을 어떻게 보전하고 조화롭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관점이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레저, 리조트시설을 계획하게 될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점을 깊이 인식하고 사업주에게 언제나 인식시킬 의무가 있다. 하늘에서 받은 천혜의 자원을 두고두고 조심스럽게 가꾸어가자. 우리가 아끼는 후손들에게도 개발의 여지를 조금은 남겨 두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자료 및 정보 출처

《대한건축학회지 41권, 7호》, [시론] 자연의 고마움을, 김정철, 1997년 7월, 2~4쪽